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독특한 것이다. 그것은 포유류 중에서 인간의 아기만이 똑바로 누워 자란다는 특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아기는 똑바로 누워 있기에 늘 엄마와 눈을 맞출 수 있고 그 상태로 젖을 먹고 옹알이를 한다. 즉 아기는 생후 초기부터 엄마와 감정 교류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교감은 아기의 뇌와 정서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뇌는 애착과 사랑을 통해 성숙한다고 한다. 토머스 루이스의 「사랑을 위한 과학」에 따르면, 두 사람 사이의 애착과 사랑은 뇌의 변연계의 공명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신경의 조율은 다시 변연계를 교정함으로써 뇌를 성숙시킨다. 그러므로 엄마와의 정서적 교감 없이는 아이가 인간답게 자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동정(sympathy)'과 '공감(empathy)'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동정은 상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나도 똑같이 느끼는 것이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슬퍼할 때 나도 같이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 동정이다. 그러나 공감은 그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사람의 고통을 깊이 이해한 후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와 어떻게 하면 그를 도울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공감이다. 이런 면에서 공감은 동정보다 훨씬 더 성숙한 정신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을 나와 분리된 독립적인 인간으로 볼 수 있으며, 잠시 그의 마음을 내 것처럼 느껴도 자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건강한 자아의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아의 경계가 약한 사람들은 공감해야 할 순간에 상대방과 하나로 합쳐져 버린다. 공감을 못하는 것이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해, 공감을 받지도 못한다.

   ...(중략)...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며 이기적인 현대 사회, 그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방적인 주입식 소통 방식에 익숙해진 탓에 사람들은 모두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 할 뿐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행복한 성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타인을 공감할 수 있어야 서로 다른 타인끼리 다양성을 인정하며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나와 다르면서도 나를 공감하고 이해해 주는 상대에 대한 깊은 신뢰와 감사로 서로를 배려하며 살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공감해 주는 사람이 내 곁에 있으면 그냥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 김혜남,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중에서



오늘은 문득 헤이즐넛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닫혀 있던 가슴을 열고 감춰 온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꼭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외로웠던 기억을 말하면 내가 곁에 있을게 하는 사람
이별을 말하면 이슬 고인 눈으로 보아 주는 사람
희망을 말하면 꿈에 젖어 행복해하는 사람
험한 세상에 굽이마다 지쳐 가는 삶이지만
때로 차 한잔의 여유 속에 서러움을 나누어 마실 수 있는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
굳이 인연의 줄을 당겨 묶지 않아도
관계의 틀을 짜 넣지 않아도
찻잔이 식어 갈 무렵 따스한 인생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오늘은 문득 헤이즐넛 커피향이 나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 배은미,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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